가고 오는 길 꿀벌 잉잉거리는 날개짓에 자운영 무리진 곳을 밟기가 조심스럽다 자운영 부르면 고운 이름이 붉은구름 그림자가 가득히 퍼진다 서로가 부르면 이름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 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멀리 우포에 자운영 무리를 보려고 홀로 찾은 날에도 떨어져 있지만 생각속에서 꽃무리보다 .. 창연의 생각 2006.05.05
비가 오려 할 때 / 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 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 창연의 생각 2006.04.19
줄임표에 관한 단상 '말 줄임표' 혹은 '말 없음표'로 말하는데정확한 말은 '줄임표' 입니다.정확한 사용법을 알고자 두 군데서 발췌를 하여 올립니다. 먼저 책에서 발췌한 '원고지에 문장 부호 치는법' 1. 줄표(ㅡ) 나 줄임표 (‥‥‥) 는 원고지의 두 칸에 치고, 점을 찍을 때에는 원고지의 한 칸에 3개씩 친다. [참고] 점을 .. 서평 잘 쓰는 법 2006.04.19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 맞다 그리.. 창연의 생각 2006.04.17
혀 / 문태준 혀 / 문태준 잠자다 깬 새벽에 아픈 어머니 생각이 절박하다 내 어릴 적 눈에 검불이 들어갔을 때 찬물로 입을 헹궈 내 눈동자를 내 혼을 가장 부드러운 살로 혀로 핥아주시던 붉은 아궁이 앞에서 조속조속 졸 때에도 구들에서 굴뚝까지 당신의 눈에 불이 지나가고 칠석이면 두 손으로 곱게 빌던 그 돌.. 같이 나누고 싶은 글 2006.04.17
생화를 오래 보존 하려면 생화를 오래 보존 하려면 꽃이 농장에서 잘리워진 다음에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기간은 빠르면 24시간 혹은 36시간 이상 지나게 됩니다. 당연히 물 한방울 없이 목말라하는 꽃의 컨디션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 하겠지요.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물에 꽂기 전에 줄기 끝.. 같이 나누고 싶은 글 2006.04.13
대화에 대하여 [대화에 대하여] 그대들은 평화로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말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대들 가슴이 고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떠들기 시작하며, 그럴 때 소리란 기분전환이 되고 소일거리나 되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이 떠들고 있을 땐 생각이란 거의 사라져 버린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우주를 나.. 같이 나누고 싶은 글 2006.04.09
[스크랩] 봄 잘라내기 우수를 막 지난 따습은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세진리 국도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쪼그리고 앉아 시간의 싹을 토각토각 나눈다 어쩌면 엄지까지 스며 들었을 잘난척한 마음이 조금 베어질지도 모르고 검지까지 달렸을 미움을 조금 덜어낼지도 어떻게 알아 중지에 남았을 미련이 잘릴 수도 있겠지 약.. 창연의 생각 2006.04.08
[스크랩] 어디선가 잃어버린 흙 신발들 명곡로 앞서가는 일 톤 트럭 연한 하늘빛 어려있는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파들이 맨발인 채 다발로 묶여서 어딘가를 향해 실려가고 있다 햇살이 뒤따르며 하얀 실핏줄 같은 발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파들은 지친 듯 그저 트럭이 흔들리는 대로 제 몸을 방치하고 있다 햇살의 매만짐이 오히려 조마조.. 창연의 생각 2006.04.08
[스크랩] 오늘은 맑았습니다 찬바람 떨고 지나가는 논두렁에 개불알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봄꽃 찾아 헤매다 찬바람에 옷깃 여미고 돌아 서던 길 오후 햇살 아래 깨금발로 선 쬐그만 꽃 이쁜꽃에다 왠 개불알풀이람 한참을 앉아서 눈길을 보냈습니다 논의 흙도 다 마르고 찬바람만 지나는 들판 풀잎도 푸르기 전 척박.. 창연의 생각 200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