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로 앞서가는 일 톤 트럭
연한 하늘빛 어려있는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파들이 맨발인 채 다발로 묶여서
어딘가를 향해 실려가고 있다
햇살이 뒤따르며 하얀 실핏줄 같은
발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파들은 지친 듯 그저 트럭이 흔들리는 대로
제 몸을 방치하고 있다
햇살의 매만짐이 오히려 조마조마하다
어느 땅에다 흙 신발을 벗어 둔 채로
급히 차에 실려 왔을까
그 맨발들이 참 시려 보인다
손 끝으로 가만히 만지면
발끝을 오므릴 것 같은
명주실 처럼 무성한 발바닥들
명곡로 가득 파 향기를 흘리며
일 톤 트럭이 바람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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