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스크랩] 오늘은 맑았습니다

임창연 2006. 4. 8. 00:42



찬바람 떨고 지나가는 논두렁에
개불알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봄꽃 찾아 헤매다
찬바람에 옷깃 여미고 돌아 서던 길
오후 햇살 아래
깨금발로 선 쬐그만 꽃
이쁜꽃에다 왠 개불알풀이람
한참을 앉아서 눈길을 보냈습니다
논의 흙도 다 마르고
찬바람만 지나는 들판
풀잎도 푸르기 전 척박한 땅에
개불알풀 눈빛 반짝이며
세상을 보러 나왔습니다.

 

어느새 훌쩍 삼월입니다

그대는 삼월에 어떤 새 다짐을 하였습니까

벚꽃이 흐드러지기 전에는 설레이는 마음을 잡으려 했다면

그건 이미 실패할 결심입니다

혹시나 벌써 친정에서 가져 온 메주를 장 담그지 못하고

아직도 베란다의 햇살 아래 둔 건 아닌지요

때로는 이렇듯 우리는 넋을 놓고 살기도 합니다

아니 아직은 넋을 놓고 살만큼 젊었다는 말이지요

참 핑계도 좋지요

가끔은 실수를 마음 탓으로 시간 탓으로 전가해 버립니다

 

이번 봄은 어쩌면 엄청나게 길어질지

아니면 정신없이 시간의 꼬리도 보지 못하고 보낼지

아직은 가늠이 되지를 않습니다

확실한 건 이런 바람같은 봄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건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 늘 낯설다는 것입니다

늘 비슷한 시간에 그 자리에 피는 봄꽃 조차도

참으로 늘 새로운 얼굴로 맞아 주더란 말씀

 

오전의 하늘 가운데는 푸르기 그지 없습니다

바다로 향한 하늘은 황사끼로 흐려져 있습니다

맑은 날이 계속될 거라는 일기예보가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비가 오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던

그대의 말에 마음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며칠후엔 봄비가 내릴것도 같습니다

그날은 비도 나도 그대도 시간도

불콰하니 젖을 것 같습니다

그대도 그때 불러 달라구요

글쎄요 비가 내려야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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