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누고 싶은 글

대화에 대하여

임창연 2006. 4. 9. 22:10

                   [대화에 대하여]

 

 그대들은 평화로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말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대들 가슴이 고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떠들기 시작하며, 그럴 때 소리란 기분전환이 되고
소일거리나 되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이 떠들고 있을 땐 생각이란 거의 사라져 버린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우주를 나는 새, 말의 우리 속에선
아마도 날개를 펼 수 없을지는 몰라도 날 수는 없기에.


 그대들 가운데는 다만 홀로 있게 될까 두려워 애기꾼을 찾는 이들이 있다.
 외로운 침묵은 벌거벗은 자신을 눈앞에 드러나게 하며, 그리하여
달아나고 싶어 지는 것이다.
 또한 그대들 중에는 스스로도 이해치 못하는 진리를 인식도
예견(豫見)도 없이 드러내 떠드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또한 저희 속에 진리를 지녔으면서 말로 떠들지
않는 이들도 있으니,
 영혼은 이같은 이의 가슴 속에서 움직거리며 말없이 머무는 것.


 길가에서 시장에서 그대들 친구를 만나거든, 그대 안의 영혼으로
하여금 입술을 움직이게 하고, 혓바닥을 이끌게 하라
.
 그대 목소리 안의 목소리로써 그의 귓속의 귀에게 말하게 하라.
 왜냐하면, 그의 영혼은 그대 가슴의 진실을 마치 잊을 수
없는 포도주처럼
간직할 것이기에,
 그 빛깔 잊혀지고, 그 잔 또한 더 이상 기억되지 않을 때에도.   

 

    - 칼리 지브란의 '豫言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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