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가고 오는 길

임창연 2006. 5. 5. 07:26

꿀벌 잉잉거리는 날개짓에 자운영 무리진 곳을 밟기가 조심스럽다

자운영 부르면 고운 이름이 붉은구름 그림자가 가득히 퍼진다

서로가 부르면 이름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 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멀리 우포에 자운영 무리를 보려고 홀로 찾은 날에도

떨어져 있지만 생각속에서 꽃무리보다 더 가득히 펼쳐지는 이름이 있다 


배가 물 가까이 있다는 건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곳에 늘 가까이 있을까 

소중한 떠남을 위해 준비를 하고

가끔은 우리 선 자리를 돌아봐야 한다


길이란 가고 오는 곳

마음도 가고 오는 것

그 흔적은 정직하게 자취를 남긴다

마음에도 길이 있어

보낼 마음이 있고 함부로 보내면 길이 다친다


많은 사람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이 있고

홀로 만나야 눈에 잡히는 사람이 있다

하나 하나 만나면 아름답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다만 사는 방법이 서툴러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좋은 방법을 알지만 실천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죽을때 까지 변하지 못하고

남에게 염려만 주다가 떠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먼저  길을 가 주어서

그 뒤를 가는 사람들은

앞서 간 사람의  고마운 마음을 읽는다

그래서  모든 길이란

사람의 발보다 손이 먼저 갔고

손 보다도 마음이  먼저 앞서 간 곳이다


우리가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아스라히 등처럼 뒤에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비교도 없을테니까


어디든 나서면 시간이 흐른 뒤

돌아 가야 할 때가 있고

반드시 돌아 갈 곳이 있어야 한다

 

조팝나무 가는 길 모퉁이에서 잘 가라 마음을 흔든다

 

돌아가는 마음에 그대가 있어

걸음이 빨라져도 참 가볍다

 

            - 현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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