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억을 훔치다 비가 내린다 밤이 내린 길모퉁이 한 켠 고양이 한 마리 그대 가슴속의 휴지통을 뒤져 먹다가 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발라먹는다 그대가 휴지통으로 버린 기억들이 고양이의 따스한 혀 끝을 스치는 동안 잠시 되살아나 꿈틀거린다 버린 기억도 고양이에겐 살아남는 먹이가 된다 종량제 봉투를 찢어내고.. 창연의 생각 2010.08.14
사랑의 독약 사랑의 묘약을 마시면처음 본 상대에게온통 마음이 쏠려서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러면 사랑의 독약을마시게 된다면어떤 사람도 싫어지게 될 것인가 아니지 내가 만드는 그 독약은한 번 마시게 되면나를 바라보아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극약처방이라는 것그래서 나만을 바라보며평생 살.. 창연의 생각 2010.08.11
사랑은 (함양 상림에서) 사랑은 네잎 클로버처럼 행운이 아닙니다사랑은 값없이 다가오지만 희생과 인내로 열매 맺어지는 참으로 값진 것입니다사랑은 돌연변이처럼 우연히 찾아 온 행운이 아닌그대에게 꼭 필요한 삶의 양식입니다 창연의 생각 2010.08.05
문득 한 외로움 다가와 문득 한 외로움 다가와 임창연 작시 오숙자 작곡 바리톤 장유상 누가 그곳에 나무를 심었을까 강가를 따라 서 있던 미루나무들 지나는 강물 마시고 자라서 강물의 그늘이 되어 주었네 문득 내 안에 한 외로움 다가와 그때마다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 있었지 누가 그대의 그리움 심었을까 .. 창연의 생각 2010.07.18
생각하는 의자들 의자는 나무가 자신을 쉬게하는 곳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쉬는 곳이지만 늘 서 있던 나무가 앉아서 쉬는 것이지요. 가끔은 사람보다도 이렇게 가방도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꽃나무 아래 의자가 있으면 공중에 떠 있던 꽃들에게도 몸을 뉘는 장소가 되지요 공간에서 어지.. 창연의 생각 2010.07.09
자귀나무처럼 늘 잠들고 싶어 자귀나무 산과 들에서 자라며 관상수로 심기도 한다. 키는 5~15m에 이른다. 미모사가 잎을 건드리면 움츠러들듯이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포갠다. 잎은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까시나무처럼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가지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린다. .. 창연의 생각 2010.07.06
지독한 내통 제초기가 풀의 허리를 자르자 풀은 수액을 허공으로 쏟는다 숨겨 두었던 수액의 길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얼마나 지독한 내통인지 진한 액향이 온 몸으로 스며 든다 아! 내게도 저리도 간절함이 흐르고 있는 것일까? 19 창연의 생각 2010.06.30
사진첩 '칼레 프랑스 1985' / 가브리엘레 바질리코 作 (2003년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 사진첩 가브리엘레 바질리코의 사진첩이 열린다 칼레 프랑스 1985년은 아직 하늘이 미처 지상으로 내리지 않은 검은 구름으로 멈춰있다 가로등이 불을 끈 채 비에 젖은 아스팔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안개가 빛에 밀린 거리 한.. 창연의 생각 2010.06.24
노을 도장 붉은 노을로 도장밥을 묻히고 하루의 마침을 마음에 찍는다 소란했던 시간들도 입을 다물고 나의 몸은 이쯤에서 쉼표를 찍는다 - 창 연 - 13 창연의 생각 2010.06.22
마을의 불빛 마을은 늘 그렇게 견뎌 왔다는듯 보안등 불빛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대신 내 눈썹이 카메라의 라이브뷰와 눈 사이에서 가볍게 떨고 있었다 너울은 바닷물과 바람의 한 판 벌어진 놀이였다 해질녘 마을의 불빛은 늘 따듯했었다 하지만 오늘 세찬 바람에 지워졌는지 집집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던 작은.. 창연의 생각 201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