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고양이 기억을 훔치다

임창연 2010. 8. 14. 10:43

 

 

 

 

 

  

 

비가 내린다

 

 

밤이 내린 길모퉁이 한 켠

 

 

고양이 한 마리

그대 가슴속의 휴지통을 뒤져 먹다가

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발라먹는다

 

 

 

그대가 휴지통으로 버린 기억들이

고양이의 따스한 혀 끝을 스치는 동안

잠시 되살아나 꿈틀거린다

 

 

 

버린 기억도

고양이에겐 살아남는 먹이가 된다

 

 

 

종량제 봉투를 찢어내고

먹이를 뒤지는 고양이가

내 마음을 오랫동안 잡는다

 

 

 

고양이와 눈이 잠시 마주친다

그 눈빛 속으로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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