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사진첩

임창연 2010. 6. 24. 16:58

 

              '칼레 프랑스 1985' / 가브리엘레 바질리코 作 (2003년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 

 

   

   사진첩

 

 

가브리엘레 바질리코의 사진첩이 열린다

 

칼레 프랑스 1985년은 아직 하늘이

미처 지상으로 내리지 않은 검은 구름으로 멈춰있다   

가로등이 불을 끈 채

비에 젖은 아스팔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안개가 빛에 밀린 거리 한 켠

흑백의 건반은 손끝에서 반죽되어

회색빛 국수가락이

소리로 쏟아져 나온다

가브리엘 포레의 무언가 17의 3번

연주를 끝으로 피아니스트의 이름이 지워지고

사람들은 아무도 거리를 나서지 않았다

 

하늘빛 한 조각

칼레의 거리를

한 바퀴 돌아

필름속에 잠긴다

 

베란다로 들어 온 햇살 한 줌

사진첩을 말리려 책장을 들춘다

따스한 것들이 종이에 혀끝을 발라보지만

렌즈로 묶어놓은 시간은

과거의 물기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 창 연 -

 

 

 

 가까이서 4개월 동안 지내다 '포화속으로' 영화를 함께 보고, 

점심을 함께 먹고, 집을 함께 내려 가던 날, 찍었던 사진

늘 씨익 잘 웃다가도, 사진기를 들이대면, 차분해지던 얼굴 표정

 

지금 잘 지내고 있겠지!

 

문자라도 보낼까 하다가 참는다

 

너가 먼저 보내라!

 

누가 먼저 보내는지 한 번 볼까?

 

며칠만 더 참으면 너가 먼저 보내지 싶다.

 

 분명히 네가 초점을 제대로 안 맞추고 찍은 사진인데

(아니면 순간적으로 일부러 흔들어 버린 듯 하다)

다시 보니 정말 멋진 사진이네

 

네가 주고 간 소중한 선물이란다

 

아버진 걱정 안한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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