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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도덕·예술의 관념은 유아 시절부터 갖게 된다

임창연 2006. 8. 8. 07:36
종교·도덕·예술의 관념은 유아 시절부터 갖게 된다
데카르트의 아기/폴 블룸 지음, 곽미경 옮김/소소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책은 유아를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인간 고유의 특성인 예술과 유머, 믿음, 혐오, 윤리 등에 대해 일반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제시한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입장을 오가며 아기의 행동을 발달심리학의 입장에서 탐구한 내용을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발달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아이들은 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배우는가’로 미국출판협회 우수도서상과 미국심리학회가 ‘발달심리학 분야 최고의 책’에 주는 엘리너 매코비상을 받은 바 있다.

원래 저자의 전공인 발달심리학은 자연적인 본능을 간직한 유아가 어떻게 해서 문화적인 존재로 서서히 변모해 가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진화론적인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화론과 창조론의 입장을 떠나 ‘왜 진짜 예술품이 가짜보다 더 가치 있는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광경을 보면 왜 박수를 치며 깔깔 거릴까’, ‘아이들이 사후의 세계를 믿는 건 언제부터인가’ 등 인간 고유 본성에 대한 질문에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창조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창조주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존재는 아니라 할지라도 상당히 어린 나이에 신과 도덕, 예술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가령 아이들은 생후 1~2년 동안은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생후 3년이 지나면서 배변훈련을 통해 이를 배우게 된다. 아이들은 일종의 오염에서 혐오감을 느낀다. 또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것, 여행 갔을 때 새로운 음식 앞에서 주저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미 아이 때부터 시작된다.

생후 4년이 될 무렵에는 더욱 까다로워져 혐오 음식에 대해 어른과 상당히 비슷한 직관을 지니게 된다.

아이들에게 우연히 제작된 이미지와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의도를 갖고 만든 이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데서 아이들도 창작자의 의도를 예술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체의 소멸은 받아들이면서도 영혼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개념도 아주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직관과는 반대되는 특성을 지니는 신의 존재도 아이들은 잘 받아들인다.

심리학은 물론, 시와 소설, 영화, 미술, 신화, 종교, 철학 등의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 존재를 탐색하는 무거운 주제를 전혀 딱딱하지 않게 전달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인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