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詩
/ 고영조
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가 말했다
시가 너무 어려우면 누가 읽어요?
가볍게 쓰세요 정직하게
세 시간 차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쉬운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가벼운 것이 얼마나 무겁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아내는 나를 너무 깊이
알아 버렸다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詩는 저 홀로 무겁고
먹어 치운 삶은 가벼웠다
온몸이 붉어졌다.
詩集 '고요한 숲' (고려원 1995) p.65
1946년 경남 창원 출생
1972년 현대시학에 '어떤 냄새의 서설'을 발표로 詩作 활동
1986년 제1회 동서문학 신인상
1990년 시집 '귀현리' (도서출판 경남) 출간
1990년 시집 '없어졌다' (문힉세계사) 출간
1995년 시집 '감자를 굽고 싶다' (시와시학사) 출간
1995년 시집 '고요한 숲' (고려원) 출간
1996년 제6회 편운문학상 수상
2001년 시집 '언덕 저쪽에 집이 있다' (포엠토피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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