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참 길겠다
/ 현빈
걸음보다 늘 생각이 먼저 길을 간다
그러다 마주치면 기시감에
현실이 늘 몽환처럼 어지러웠다
그대를 만난것도 어쩌면
산수유처럼 흐린 빛깔의 농담이었는지도
물위에도 비치지 않는 흐린 기억이
그대를 놓칠 것같은 불안에
노란꽃들이 먼저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온 황사가
꽃바람에 섞여 몸을 푸는 동안
햇빛은 제 몸의 먼지를 털고 있다
갈 길이 멀었지만 강 따라
벚꽃들 저마다 웅성거렸고
강가를 향한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줘
산을 등진 나무들의 꽃들이 서로 다투어 피고 있었다
이 봄은 참 길기도 하겠다
강 건너 매화꽃잎들 떨어져 날리고
이쪽에서 날려간 벚꽃잎들
안고 가는 강물의 갈 길이 참 멀어 보인다
오늘은 차 보다도
생각이 더 빨리 속도를 낸다
어디서 다시 마주쳐서 이야길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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