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스크랩] 추상

임창연 2005. 9. 5. 14:08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머물던 수 많은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 별들에 묻혀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아득하게 생각들이 침몰하고 있다 죽을 맛이다 초등학교 5학년 쯤이던가 지금은 서서히 사라지고 매립을 기다리는 가포해수욕장의 모래밭에 파묻었던 빨간색의 피터팬 그림이 있는 디즈니 손목시계가 바닷물에 서서히 매립되고 있다 시간이 잠시 멈추고 있다 그리고 그 시계는 영원히 사라졌다 한여름날 잠을 자다 일어나 시간을 읽지 못해서 혼몽했던 당황스런 잠시의 시간이 일어났다 그 짧은 시간이 몇 년처럼 길다 빨리 정신 차리고 학교 가야지 가끔은 내 영혼을 부채를 대신해 값싸게 팔고 싶던 슬픈기억들이 생각난다 파우스트가 젊을을 얻기위해 악마인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판 기억이 더 처절한 오버랩되어 가슴을 헤집고 흐른다 누가 좀 비싸게 사가라 택시 장거리 대절을 갔다가 돌아오며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고 싶을때가 있다 시속 180 킬로미터의 속도에서 눈을 감고 더 깊은 속도로 잠기고 싶었던 기억이 더 빠른 속도로 지난다 순간 번쩍하고 카메라 불빛이 터진다 무인 카메라가 제일 무섭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는 오히려 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갈래의 길에서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새 출발이 되기도 한다 아주 관념적이기도 하다 절망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면 그 중에 더 절망한 사람을 위하여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극한 절망이 희망을 찾게 해 준다 역시 관념적이다 밤이 오는 것은 노동의 끝이 아니라 노동의 시작을 위한 놀이터로 안내하기 위함이다 사실은 잠을 자 두어야 한다 살다가 가장 무서웠던 기억은 죽음 보다도 외로움과 지식의 빈곤 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건 아무도 손 잡아 주지 않은때 였다 손 잡음은 얼마나 평안한 휴식인가 어쩌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구에겐가 손을 내밀어 주고 싶은 까닭이었다 외로움을 이겨 내기 위해 내가 먼저 詩에 손을 내밀었다 아니 글쓰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글쓰기는 얼마나 극한 강제노동 이던가 내 글을 통해 누군가 손잡고 일어 설 수 있다면 아무것도 남김 없이 사라져도 그나마 내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란 허상을 꿈꾸어 본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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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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