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서평] A / 하성란 / 자음과모음

임창연 2010. 9. 4. 18:24

                                    A / 하성란 / 자음과모음

 

 

 

 ‘즐거운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괴로운 일과 즐거운 일을 계획적으로 짜되, 고통을 먼저 겪은 뒤 즐거움을 갖게 되면 그 즐거움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중에서

 

 

 사랑은 즐겁고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을 앞설 수는 없다. 노동은 고통이 따른다. 땀이 흘러야 열매를 거둘 수가 있다. 노동도 즐겁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 역시 노동 후에 거두는 수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좋은 것이지만 노동보다 앞선다면 결국에는 쓴 열매만 남을 것이다. 신신양회의 공장 식구들은 누구보다도 일을 즐거워했다. 그렇지만 집단죽음이라는 고통스런 열매를 거두고 만다. 왜 그랬을까? 누구보다도 즐겁게 열심히 일했지만 조직이라는 일원이기에 공동체의 운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하성란 작가가 쓴 장편소설 A는 기대가 컸었는데 막상 소설 자체는 여름날의 오후처럼 지루했다. 그것은 나의 느낌이지 어떤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읽혔을지도 모른다. 오대양이라는 회사의 종말론을 신봉하는 교주가 관련된 사이비 종교단체의 집단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기사가 뉴스에 실렸다. 재계, 정치인, 연예인의 이름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그냥 일상으로 돌아갔고 모두 혐의가 없음으로 종결이 되었다. 그 종교 집단에 관련된 기업은 이름만 바꾸고 건재해 갔고, 그 종교 집단도 사이비지만 교세는 죽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몇몇 이름을 오르내렸던 연예인 역시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의문만 존재하고 실제적 증거가 없으니 사이비교주에 의한 집단 자살이라는 결론이 맞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름이 오르내렸던 단체나 개인은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 사건 자체가 결론이 났음에도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건의 증거가 모두 사라진 몇 년 후에 집단으로 자수하여 재수사를 하였지만 오히려 본 사건을 호도한 점이라든지, 공예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170억이라는 돈은 1987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다면 그 어마어마한 사채가 도대체 어디로 쓰였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다.

 

 

 

 

 하지만 A는 소설일 뿐이다. 그래서 내용도 비슷하게는 나가지만 사건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그녀들은 일도 늘 수다를 떨면서 할 만큼 즐겁게 생활을 한다. 그리고 남자와의 사랑도 자유분방하게 나누고 아이를 아버지도 없이 낳아 키운다. 읍내에 자리 잡은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공장에서 어머니로 불리는 회사 대표 겸 서울에 있는 다른 공예공장의 종교집단의 절대 교주가 등장한다. 언제 어디서 흘러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읍내의 경제가 영향을 받고 모든 읍내 사람들이 신신양회에 기대어 살게 된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사실은 교훈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 권력의 중심에 희망이나 비전이 있지 않고 야망이나 욕망이 자리 잡을 때 일어나는 결과인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그녀들은 그저 바쁘게 하루하루 회사의 남자들에게 매끼 밥을 해대기가 바쁘다. 그래도 그 속에서 라디오를 켜고 대중가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비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서울로 보내어 공부와 공예공장에서 봉사를 함께 한다. 사업 확장이라는 무리수에다 환경오염이라는 복병으로 신신양회는 결국 몰락을 한다. 집단자살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충격이 가신 시간이 흐른 후, 신신양회의 아이들이 자라나 성인이 되어 함께 모여 신신양회의 부활을 꿈꾸며 날아보지만 결국 역시 자금난과 환경오염이라는 전철을 밟고 다시 추락한다.

 

 

 

 

 작가는 마무리를 하면서 당신이 생각하는 A는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질문이면서도 우리의 질문이 되기도 하겠다. 주홍글씨라는 말이 등장하는 힌트를 가지고 떠오르는 단어는 adultery라는 말이다. 간통 또는 간음이라는뜻인데 흥미로운 것은 one adultery는 미혼자와 기혼자의 관계를 말하고 double adultery는 기혼자와 기혼자간의 관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미혼자와 미혼자는 adultery라는 말이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그녀들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악과 악의 결합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순수함을 오염시키는 수많은 유혹들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나도 모르는 A가 들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 지금 눈앞에 놓여있는 즐거운 일과 고통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그 고통이 비전과 희망이라면 지체없이 즐거움으로 고통스러운 일을 먼저 날마다 처리하라. 그러면 그것이 당신에게는 날마다 즐거운 agony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