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서평] 막스 플랑크 평전

임창연 2010. 6. 29. 01:35

막스 플랑크 평전 / 에른스트 페터 피셔, 이미선 옮김 / 김영사

 

 

 

 


  가장 불행했던 사람

 아내를 잃고 7년 후, 3년 동안 장남과 두 딸을 차례로 잃는다. 마지막 남은 아들마저도 히틀러 치하에서 처형 당하는 뼈 아픈일을 당한다. 장남이 1차 세계대전의 전투에서 전사를 했으니, 그에게 있어 1, 2차 세계대전은 가장 큰 상처를 안겨 주었던 것이다. 아마 이렇게 개인적인 불행은 일부러라도 만들어지기 어려운일 일 것이다. 자신의 친형 역시 1차 세계대전에 앞선 보불전쟁에서 목숨을 잃는다. 가히 글로 표현하기 조차 송구스러운 불행의 절정이다. 그의 위대한 점은 이런 불행속에서도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의 대가라는 찬사와 함께 후배들을 이끌어 준 인간미를 더 높이 사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보다 앞서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끌어내는 경우도 허다하게 있었다. 그는 불행했지만 최고의 인간미와 20세기 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위대한 학자이다. 또한 지금은 학문 조차 약육강식의 시대이기에 더 더욱 그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막스 플랑크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제국의 수상이 된 이후 시작된 인종차별법에 의해 아리안족과 유대인의 차별이 본격화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독일내 학문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유대인 이었던 아인슈타인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치는 아인슈타인을 곧 적으로 간주했다. 그의 상대성이론과 미국에서 펼쳤던 이스라엘 국가 수립 활동과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모금 활동도 그 이유가 되었다.
플랑크는 아인슈타인을 보호하려 했지만 나치에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역부족이었던 것이었다. 플랑크의 설득과 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정착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플랑크에 대한 편지 답장이 두 사람의 돈독한 우정을 말해 준다.

"정말 심각한 외적 부담이 있다고는 해도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어둡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저 아래쪽에서 무엇이 일어나건 상관없이, 이 관계가 갖고 있는 오랜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 (p.300)

 

 


  막스 플랑크 협회의 설립

 1946년 9월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라는 독일 최고의 학문 연구기관은 영국 군사정부에 의해 막스 플랑크 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오늘날 독일 뮌휀에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2010년 3월, 우리나라 과학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의 연구소를 포항에 유치했다. 이 연구소 유치 의미는 막스 플랑크 협회가 노벨상 수상자를 20여 명이나 배출한 연구소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해외에 연구소를 설치 한 것이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사실로도 놀랍지 않은가?

 거의 모든 기초학문 분야에 걸쳐 약 80여 개의 연구소를 거느린 막스 플랑크 협회의 한국 유치는 과학계의 청신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양자역학

 막스 플랑크는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물리학자이다. 그래서 그를 '양자역학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자계산기, 양자암호문서, 양자컴퓨터, 양자인터넷이라는 말이 바로 이 양자역학에 기초를 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는 학자로서 뿐 아니라 한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로서 자신의 안일 보다는 인류 공동의 발전을 더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가족들의 비운의 역사 가운데서도 침몰하지 않고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가 참으로 그리워할 만큼의 멋진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막스 플랑크의 생애는 물론 그 시대 세계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역사책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