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서평] 물

임창연 2010. 5. 18. 06:41

  물 / 김숨 / 자음과모음

 

 

  물의 저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흔하기도 하고 값이 싸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만약 공기가 물이 비싸다면 나 같은 사람은 그걸 감당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도둑질이라도 하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별로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 들은 참으로 비싸다. 주로 보석들 종류이다. 아마 대표적인 것이 다이아몬드이다. 그런데 천연 다이아몬드의 주원료가 알고 보면 탄소(흑연)가 고온 고압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다. 요즈음은 CVD(Chemical Vapor Deposition)라는 화학적 합성법으로 더 좋은 빛깔의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이구! 이야기가 옆 길로 샜다. 아무튼 김숨 작가의 물은 우리들이 늘 살아가는데 미처 느끼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을 홀대하면 마치 저주처럼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물의 저주 바로 그 말이다.

 

 

  소금 이야기

 

 바닷물에서 뽑아 낸 소금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유용한 물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꼭 필요한 것들은 과하면 해가 되기도 한다. 소금이 건강에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소금을 더 정제한 결과가 염산이라는 맹독한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쇠를 녹이고 사람의 피부를 녹여 버리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소금이다. 물에서 태어나 이 집안의 상속자가 되고 싶어하는 야망을 가진 딸이다. 어머니인 물, 아버지인 불, 동생인 공기와 금이 한 식구이다. 작가는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물질들을 통하여 인가 삶의 전부를 말하고자 한다. 소금은 그 야망을 이루고자 더 단단한 소금인 암염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물이 온도에 따라 수증기가 되고 얼음이 된다. 소금 역시 물에 의해 녹아지기도 하고 수분이 빠지면 마른 결정체인 소금이 된다. 어쩌면 물에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물에 치명적인 해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란 이렇듯 서로가 해치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공존이 존재한다.

 

 

  불의 야망

 

 아버지인 불은 자신의 야망을 정반대인 물을 이용해서 얻으려 한다. 그 결과로 물과 결혼을 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소금과 공기, 금을 얻게 된다. 불인 아버지는 물을 통해 공중호텔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경영을 못해서 망하고 잔뜩 빚만 진 상태이다. 그래서 지금은 금을 통해서 더 많은 금을 가지려 연금술을 행하고 있다. 공중호텔이 망하는 바람에 은행에서 엄청난 빚이 져서 지금 살고 있는 집 조차 곧 경매에 붙여지기 직전이다. 그래서 더 더욱 금에게 집착을 하며 연금술까지 행하는 것이다. 이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야망과 닮아 있다. 더 소중한 것이 있지만 물질이라는 것을 채우고 결과적으로 실패할 것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는데 여념이 없다.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어른들이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얼굴을 본다.

 

 

  물이 살아야 한다

 

 아버지가 금에 빠져 있는 동안 어머니인 물은 서서히 죽어간다. 소금인 내가 보살피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금인 나는 인정받고 단단해지기 위해 소금섬으로 가서 암염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의 관심은 온통 금에게 쏠려있다. 이기적인 공기는 자신의 세계인 종교에 심취해 있을 뿐이다. 금은 스스로 살기 보다는 늘 누가 옆에서 도와주어야만 살아가는 타성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 결국 물은 죽고 금도 배관공의 강간에 의해 아이를 배게 되지만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금을 낳지 않고 납을 낳는다. 이 소설은 인간들에게 가장 소증하고 필요한 존재들을 통하여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김숨 작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 소설이다. 여러분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질은 과연 무엇인가? 이 대답을 꼭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