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꽃비늘은 바람에 날리고

임창연 2010. 6. 15. 16:27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이문열 작가는 소설 제목으로 썼습니다.

무릇 모든 존재들은 날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날아 오르는 새들이 있고 아니면 바람에 의해 날아 오릅니다.

인간들은 바벨탑으로 하늘에 닿으려다

언어가 혼돈해 포기를 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솜씨좋은 장인(匠人)인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새의 깃털을 모아 커다란 날개를 만들어 밀랍으로 붙여 미궁을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왕의 미움을 받아 자기가 만든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더랬습니다. 아들에게 주의 사항을 당부한 뒤 하늘로 날아 탈출하는데 성공하지만 아들 이카루스는 더 높이 오르려는 욕심때문에 태양을 향해 날아 오르다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습니다.

 

욕망과 이상은 공존해야 하지만 중용하지 않으면 많은 아픔을 가져 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모해 보이는 이 도전 때문에 인류가 많은 발전을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많은 이카루스의 덕분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게 된것도 사실입니다.

 

길가에 떨어진 새의 깃털을 보며 날아 오름과 추락을 생각합니다.

 

 

지나간 시간, 비가 간밤에 많이 내린 후 아카시아꽃이 진한 향기를 머금은 채 아스팔트 위에 스러져 있습니다.

 

강렬한 향기는

가끔은 지나가는 여인의 스치는 머릿결에서도 맡아집니다.

 

그대는 무슨 샴푸를 쓰시나요.

 

이팝꽃잎은 동남아 지방에서 나는 쌀과 흡사합니다.

알량미라고 불리는 안남미(安南米=Indica)의 모양과 같습니다.

밥을 하면 찰기가 없어 풀풀 날리는 쌀입니다.

빨리 자라다 보니 삼 모작 , 심지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사 모작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 모작을 하는 쌀은 천천히 자라기에 그 조직이 단단하고 맛있는 것입니다.

 

동남아 사람들은 이팝나무꽃을 보면 고향 생각이 더 떠오를 것입니다.

 

하얀드레스를 생각나게 하는 때죽나무꽃들...

 

자세히 보면 서양식 신부의 드레스가 연상이 됩니다.

소녀의 하얀 원피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뽀얀 목덜미를 힐긋힐긋 훔쳐 보게 됩니다.

 

농염하다 못해 너무 성숙해서 진한 여인같은 능소화

 

이렇게 꽃이 통째로 떨어져 내리는 꽃들은

진한 사랑을 하는 여인같습니다.

 

동백꽃이 떨어진 동백숲에 가면

마치 목이 베어진 수많은 시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처연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륜의 사랑을 들켜 능욕을 당하지만 

입을 끝내 다물고 사랑을 안고가는 주홍글씨의 주인공 같습니다.

 

사태져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벚꽃잎을 보면 그 말이 적절합니다.

바람이 불어 내릴때면 눈처럼 내리는데

그 광경을 보면서 운전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먹먹하고 아픕니다.

 

 

땅에 떨어져 버려 졌어도 

꽃잎은 꽃잎입니다.

결코 버려질 수 없는 아름다움인 것입니다.

 

그대가 쓰러졌다고 그대가 아닐 수 없는 것처럼

 

버려진 사랑도 사랑인 것처럼

 

봄날의 끝도 그러합니다

봄날이 시간에 밀려간다고 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꽃물고기가 흘린
꽃비늘을 봅니다.
아직도
그 비린내가 납니다.

 

 

하늘을 향해 파닥이던 몸짓이
바람이 불면
다시 멀리멀리 날아 오를 것 같습니다.

 

 

   꽃비늘

꽃은 지느러미를 한껏
바람에 흔들리며
아니 바람을 흔들며
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다

꽃은 물고기였다
하늘 바다가 넓어 파도가 치면
꽃물고기들은 이리 저리 햇살을
튕기며 날아 올랐다

비가 밤새 내린 아침
큰 파도가 지난후
꽃의 비늘들이 보도블럭 위에
흩어져 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채
딩굴다 멈춘 비늘들이
꽃비린내를 거리에 온통 깔아 놓았다

어디선가 밤꽃 비린내가 훅 하고
풍겨온다
내 몸도 달아오르는데
누가 또 이 향기를 맡았을까 
 

 

 그대 입술의 흔적처럼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걸 추억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는 아픔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대라는 보석이 내 마음에 박힌 까닭입니다

그래서

그대가 흔들릴 때마다

그토록

내 마음이 아픈 까닭이었기도 했습니다.

 

  -  by 창연 -

 

 

 

6

 

 

'창연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도장  (0) 2010.06.22
마을의 불빛  (0) 2010.06.21
장미의 노래  (0) 2010.06.10
용서한다는 것  (0) 2010.06.09
  (0) 201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