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스크랩] [서평] 소현

임창연 2010. 4. 15. 00:08

소현 / 김인숙 / 자음과모음

 

  소현을 생각하다

 

 1644년 4월 청에 볼모로 잡힌 소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적의 나라 장수의 한 사람으로 조선의 황제나라 명나라 정벌에 나선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중원을 향하여 달리다 늪에 빠지고 모랫바람 속에서 흙냄새가 나는 물에 미숫가루를 타 마시며 진군을 하였다. 비록 볼모로 잡혔으나 그는 여전히 조선의 세자였다.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무릎을 꿇고 치욕의 대가로 세자 스스로 볼모를 자처한지 8년 청이 명을 무너뜨리고 어린 황제 순치의 섭정왕인 도르곤이 스스로 황제에 오른 후 1년 만에 조선으로 영구히 환국한다. 명을 점령하기 전 섭정왕이 말했다.

 

 ‘나는 적이 될 수 있는 자만을 벗으로 여깁니다. 위대하지 않은 자는 적도 벗도 될 수 없습니다.’

 ‘나는 벗을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언젠가는 적이 될 것이다.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 또한 운명인 것입니다. 나와 세자가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세자가 답했다.

 

 ‘그날을 위해 8년을 기다렸습니다.’

 ‘대왕은 나의 적입니다.

 

 남한산성에서 세자를 볼모로 잡아 온 적장 이었지만 황제의 신분으로 소현을 일 년 뒤에 조선으로 보낸다. 세자는 환국 후 두 달 만에 세상을 떴다. 도르곤도 순치 7년에 죽고서 황제의 칭호를 얻었으나, 순치 20년 친정을 선포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도르곤을 부관참시한 후 그를 최종적으로 제거했다. 참으로 인간의 명예나 영광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덧없는 것이다.

 

 

  아비를 생각하다

 

 소현 세자의 아비는 인조이다. 학질에 걸린 세자를 살리지 못한 의관 이형익이 참소나 유배가 되는 대신 소현의 일가족이 몰살이 되었다. 소현의 핏줄을 아무도 남겨두지 않았다. 인조는 사후 봉림의 시대를 염두에 두었다는 생각이다. 임금의 크나큰 혜안일까? 자식보다 나라를 생각한 것일까? 참으로 소름이 끼친다. 소현은 살아서 마음은 찬란했고 또한 고독했다. 청의 굴욕에 언젠가 조선의 힘을 길러 다시 청을 치러 오겠다는 무모해 보이나 원대한 꿈을 마음에 키웠다. 그러나 그의 꿈이 마음을 병들게 하고 몸까지 망치기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온다. 소현 그는 중원을 밟고 섰으나 그의 땅이 아니었고 조선에 들어섰으나 그이 아비 인조조차 반기지 않았다. 그는 세자였으나 영원한 이방인으로 중원을 떠돌았을 뿐이다.

 

 

  김인숙을 생각하다

 

 1983년 스무 살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상실의 계절]로 등단했다. 1995년 [먼 길]로 제28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 2000년 [개교기념일]로 제45회 현대문학상을, 2003년에는 [바다의 나비]로 제27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감옥의 뜰]로 이수문학상을, 2006년에 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을 제14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경력과 실력만큼 그의 장편 [소현]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세계가 놀랍도록 읽는 이로 하여금 이입과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나는 주인공인 소현이었다가 봉림이었다가 석경이었다가 흔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혼자 읽고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벅차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돌려 드려야겠다.

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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