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스크랩] [서평] 을

임창연 2010. 4. 17. 00:46

    을 / 박솔뫼 / 자음과 모음

 

 

  자유로움

 

 2009년 제1회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윤-바원, 프래니-주이, 을-민주 세 커플이 장기 투숙중인 호텔에서 벌어지는 흔적과 회상에 관한 소설이다. 국제적인 미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망명자처럼 떠도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스로 국경이든 생각이든 삶이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어디에든 얽매이지 않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스스로는 스스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무의식의 내면에서는 스스로에게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 곳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 갇히는 것이다. 그리고는 깊이깊이 침잠해 들어가 유한의 징역을 자처한다. 차라리 어딘가에 얽매이는 사람은 그 얽매임에서 벗어난다면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른함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은 나른하고 느리고 단조롭다. 먹고 자고 사랑하고 생각조차 절제를한다. 복잡한 생각을 않는다. 단순하게 순간을 지나치는 영화의 느린 음악과 그 속에 흐르는 장면처럼 흘러간다. 도대체 호텔 안에서 아니면 밖에서 영화관에서 사랑을 하면서 그들은 마치 아무 희망도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들에게 꿈과 미래가 있는가? 과거를 회상하지만 미래를 꿈꾸지는 않는 듯하다. 소설을 읽으며 문득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를 되뇌이곤 했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자유로움이라 하기엔 사람끼리 얽혀져 있고 탐닉조차도 순간이 지나면 이내 여름의 가장 한낮의 시간처럼 지친다. 음식으로 치자면 고춧가루와 마늘과 후추 그리고 소금이 빠진 맹숭한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목적도 없고 국경도 없고 아무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게 이런 무미건조함인가? 몇 번이고 책을 뒤적이며 나는 홀로 소설 속에 미아처럼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진정 작가의 미로에 빠져든 것인가?

 

 

  기다림

 

 어쩌면 나는 이 작가의 다음이야기를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목소리가 내겐 너무 세미한 것인지 들리지 않았다. 그림도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아둔한 탓이리라. 작가의 첫 작품이 유일한 이력처럼 내겐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없다. 책의 제목이 을이고 을이 주인공이라는 것.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다시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출구를 찾아야 겠다.

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세상
글쓴이 : 창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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