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서평] 예수에 관한 사이비 복음

임창연 2010. 2. 12. 21:24

예수에 관한 사이비 복음

 

예수복음 / 주제 사라마구 / (해냄)

 

 이 작품은 사라마구의 1991년 소설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1995년 소설이고, 1998년 노벨상을 탔으니 [예수복음]은 노벨상을 타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성경은 인류에게 가장 많이 읽혀진 책이다. 성경의 주인공은 예수이다. 예수는 성육신한 하나님의 독생자로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 성령으로 잉태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라마구는 하나님의 독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택된 인간 예수를 말한다.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근본을 뒤 흔드는 불경죄이다. 그래서 노벨상을 탔을 때 교황청에서 유감을 표명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소설은 논픽션이 아닌 픽션이기에 시비를 건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기독교에 대한 이런 소설의 예를 들자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와 같은 작품이다. 만약 이슬람을 주제로 이런 소설이 써졌다면 [악마의 시]를 쓴 살만 루시디처럼 암살 대상 1호로 올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면 아마 사라마구는 숨어 사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성경을 토대로 쓴 소설이라지만 실제 주요한 내용은 빠져 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기 보다는 인간 예수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수의 사역의 시점이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는 30살이 되어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3년의 공생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소설은 뒤죽박죽이며 18살의 시점을 전후로 제자들을 만나고 그의 사역을 이어간다. 말 그대로 소설인 것이다. 사라마구가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한 인식은 다음의 문장으로 대변할 수 있겠다.

 

 ‘인간은 하나님의 손 안의 노리개에 불과하며 영원히 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P.262)

 

 기독교 관점에서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눈다면 예수를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이다. 사라마구는 믿지 않는 자의 관점에서 쓴 소설이다. 당연히 믿지 않는 자에겐 흥미롭고도 시원한 소설이다. 믿는 자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불편한 작품일 것이다. 제목이 [예수복음]이다 보니 양쪽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반응은 정반대일 것이다.

 

 소설은 소설로 보아야 한다. 진리가 궤변에 의해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또한 진리의 기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데 개가 아무리 시끄럽게 짖어도 결코 멈추는 법은 없다.

 

 좋고 귀한 것 일수록 가짜가 많은 법이다. 유독 기독교에 사이비가 많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기독교에 대한 비신앙과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겐 더 없이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그러나 성경을 곁에 두고 비교해 읽어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데 더 없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