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책 서평

[서평] 100%엔젤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임창연 2010. 1. 31. 18:51

마빡소녀와 배추벌레

 

‘100%엔젤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글-마빡소녀 조문채, 배추벌레 이혜수. 그림-배추벌레 이혜수 / 씨앗을 뿌리는 사람

 

 

 

엔젤들의 이야기

 

 이 책을 쓴 어머니와 딸은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머니 - 마빡소녀 조문채, 딸 - 베추벌레 이혜수. 재미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왜 마빡소녀인지 배추벌레인지 우둔한 나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다음에 직접 물어봐야 겠습니다. 다만 그들은 100%엔젤로 살려 노력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명의 엔젤과 함께하는 엔젤들의 이야기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이 책은 2010년 블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당선작이라는 프리미엄이 표지에 씌여져 있습니다. 그림들이 자유롭고 개성적입니다. 지역적인 상상력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그림이란 걸 단박에 알 수가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책입니다. 자 지금부터 책을 함께 읽어 봅니다.

 

 

 

머리냄새나는 아이?

 

 엄마가 머리카락을 천천히 문지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는 머리냄새나는 아이다, 꼭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참!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지! 하고......” (P.77)

 

너의 머리냄새가,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것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P.79)

 

 이 책의 제목으로 내세워진 내용입니다. 어머니 조문채의 실제 철학이 담겨진 글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혜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모녀는 항상 자신을 앞세우기 보다는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삽니다. 딸의 소풍 전날 딸이 김밥 하나를 더 싸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엄마는 김밥 싸주려는 그 친구를 부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승아야, 나 부탁이 있는데, 응?”

승아가 깜짝 놀래서 부탁하시라고 대답했습니다.

“혜수 김밥 쌀 때 승아 김밥도 같이 싸면 안 돼?

나 김밥 잘 싸는데 자랑하면 안 돼?”

승아가 깔깔 웃으면서 “그러세요” 하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는 승아의 표정이 아주 기분 좋아 보였습니다.

나는 엄마를 보며 승아 몰래 눈을 찡긋했습니다.

우리 엄마 여웁니다.

그것도 착한 여우, 귀여운 여우...(P.91)

 

 이런! 그 엄마에 그 딸입니다. 사랑을 알고 사랑을 제대로 베풀고 나눌 줄 아는 아름다운 모녀입니다. 사랑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입장에서 베풀다 보면 남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습니다. 잘 나누면 사랑이지만 잘못 나누면 그저 동정에 그치고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사랑도 아름답게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구두솔?

 

 인형같이 예쁘던 딸코가 복도 청소하는 대걸레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딸코가 왜 저렇게 됐냐고 엄마에게 물어 보았더니, 관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나 개나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지 않으면 구두솔처럼 거칠어진다고 했습니다.

나는 울었습니다.

우리 딸코가 구두솔이 된 것은 다 내 책임입니다... (P.156-157)

 

 딸코는 혜수네가 기르는 개 이름입니다. 옆방에 사는 아저씨를 보고 마구 짖어대는 바람에 동네가 시끄러워 뒷마당에 묶어 둔 것입니다. 그렇게 방치해 두고 며칠이 흘렀습니다.

 

‘딸코의 희고 긴 털은 창고의 연탄재가 묻어 시커멓고

볼기짝에는 말라붙은 똥이 과일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고

깔고 앉으라고 준 신문지는 발기발기 찢어놓고...’ (P.156)

 

 동물들도 이렇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대걸레처럼 불쌍한 개가 됩니다. 하물며 사람이 사랑을 받지 못하면 폐인이나 거지처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혹시 누군가를 이렇게 방치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겠습니다. 같이 사는 가족 중에도 이런 사람은 없는지 말입니다.

 

 

 

지칠 때까지 사랑하자

 

'세상의 모든 것엔 다 끝이 있지만 유일하게 사랑만은 끝이 없다며

엄마는 자기를 ‘심수봉 스타일’ 이래요

왜 그 노래 있잖아요, 사랑밖엔 난 몰라...' (P.326)

 

 맞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꼭 하나 선택해서 끝까지 해야 할 좋은게 있다면 바로 사랑일 것입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사랑의 따뜻한 온기는 옆 사람을 데웁니다. 그래서 그 사람도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엄마 마빡소녀와 딸 배추벌레는 사랑을 주고 받습니다. 이 사이에 우리도 끼어들고 싶습니다. 그 방법은 이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당신도 어느새 100%엔젤이 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