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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옛 본포나루터 ‘다시 보고파’ / 이종찬 기자

임창연 2006. 6. 9. 11:52
낙동강 옛 본포나루터 ‘다시 보고파’
[CNBNEWS   2006-06-07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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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모두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인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시가 절로 읊조려지는 창원시 동읍 본포리 낙동강변. 티없이 맑은 강물이 오래 묵은 기억처럼 조용히 흐르다가 가끔 바람이라도 불어올 때면 잔주름을 또르르 말아내는 곳. 그곳에 그 누군가에 대한 못다한 그리움처럼 켜켜이 쌓여 따거운 유월의 햇살에 눈부신 윤슬을 반짝반짝 튕겨내는 금모래.

아무리 오래 바라보아도 결코 지겹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 초록빛 빛을 뿜어내는 강버들과 갈잎 사이 청춘남녀의 뜨겁게 달아오른 사랑처럼 빨갛게,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 노랑, 하양 인동초가 예쁘게 피어나는 뜨락에 그 옛날 그 나루터의 모습이 애타게 그리운 듯 우뚝 솟아 온몸에 매달린 잎사귀를 파르르 떨고 있는 미루나무 한 그루.

푸른른 하늘과 푸르른 들·푸르른 강·금빛 모래밭이 한데 어우러져 언제나 변치 않는 옛 애인처럼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품어주는 곳. 그곳에 옛 본포나루터를 지키고 있는 초라하고도 자그마한 건물이 한 채 있다. 이 집이 바로 옛 본포나루터의 복원을 애타게 기다리며 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변카페 '없는 세상'(주인 장윤정, 시인)이다. 하지만 이 집마저도 낙동강 제반보강공사(부산국토관리청 갈전지구 하천개수공사)로 인해 곧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앞에 옛 본포나루터가 있었던 곳으로 1980년대 산업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낙동강 일대의 교통요지였다.

또한 이 집은 1965년 낙동강 대홍수 때 유실되었다가 그해 8월 다시 지어져 지금까지 이곳 나루터를 제홀로 쓸쓸하게 지켜오고 있는 나루터 지키미이다.

"이 집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나루터의 기능이 상실되고 난 뒤부터 거의 폐가로 남아 있었지요. 그때 저는 마음이 외롭고 쓸쓸할 때마다 이곳을 자주 찾았지요. 그리고 지난 2000년에 이 집을 인수하여 일부 손질을 한 뒤 찻집을 열었어요. 근데, 지난 해부터 이곳에 하천공사를 한다며 보상을 받아가라는 거예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지요."

본포나루터 살리기를 위한 제3회 '강변음악제'가 옛 본포나루터가 있었던 낙동강변(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리) 모래밭 일원에서 열린다. 이곳은 창녕 학포·임해진 등을 오가던 제법 큰 규모의 나루터가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지금의 본포교가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이용해 창녕·밀양 등지를 오가던 이가 제법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오는 10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강변카페 '알 수 없는 세상' 뒤뜰 낙동강변과 본포나루터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음악제는 본포나루사랑회가 주최한다. 그리고 마창환경운동연합·시민의신문 경남본부·한국문학평화포럼·낙동강 공동체·창원동읍신문·동읍본포청년회 등이 주관하고, 동읍농협·북면농협·대산농협·하니온천·북면개인택시 등이 후원한다.

이번 행사는 제1부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와 제2부 '가자! 알 수 없는 세상으로', 제3부 뒷풀이 한마당(영상모음- 본포나루터 이야기, 어울림 한마당)에 이어 특별 전시회로 사진작가 양해광의 '낙동강변 사진전', 송병진 장영익의 '장승솟대 소품전'. 윤미화의 '들꽃모음전' 등이 잇따라 펼쳐진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1부 행사에는 공아리랑(공정식) 시인의 '본포나루터의 추억'과 장윤정 시인의 '인사말 및 가요 2곡'을 시작으로 박창희 외 3인의 '기타중창'·성기정의 '바이올린 연주'·이재민 한현기의 '기타독창'·송준엽 김성하의 '섹스폰 연주'가 싱그러운 유월의 낙동강변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제2부에서는 춤패 '뉘' 대표 박은혜의 '본포나루터'에 이어 황봉해의 시 낭송(이선관 시인의 '알 수 없는 세상'·최명학 시인의 '소곡')·박현지 김성자의 '경기민요' 공연·류영숙 장익호 권순기의 '반주독창'·장윤정의 '가자!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등이 시나브로 이어진다.

이번 행사의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장윤정 시인은 "본포 나루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이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가슴 속에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이어 "일반인들은 옛 본포나루터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나루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혔다.

다음은 창원시 동읍 본포리 낙동강변에서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강변카페를 운영하며, 옛 본포나루터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장윤정(53) 시인과의 일문 일답이다.

-이곳에 언제 들어왔나?

"지난 2000년에 처음 들어왔다. 그때 제가 이 집 주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본포1호'라는 이름이 박힌 흑백나무배 사진 1장과 누렇게 변한 '도선업 경영신고 필증'이었다. 그 경영신고 필증에는 '본포호 11톤급 목선, 정원 12명, 하루 8차례 운행, 영업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임 대인 70원, 소인 5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 도선업 면허를 살려놓았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이 땅과 집에 대한 재산권마저도 없다고 들었다. 보상은 어떻게 책정되었으며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오래 전 정부에서 강변 하천부지를 모두 매입을 했다. 그러므로 재산권 행사는 할 수 없다. 다만 건물과 보리수, 가죽, 대추, 개암, 단감, 라일락, 뽕나무 등 5년에서 10년 된 정원수와 입간판 정도에 따른 보상을 통보받았다. 시설물에서 빠진 것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하라는 추신과 함께. 하지만 나루터 복원에 따른 계획이 서지 않으면 그 어떤 보상도 결코 받지 않을 것이다."

-창원시에서 문화재 보존가치 차원에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나루터 복원을 요청했다는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는 낙동강 하류지역에 있는 축사나 집, 창고 같은 불법시설물과 형평성 문제에 걸리기 때문에 방안이 없다고 시에 회신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관리청에서 낙동강 하천공사를 하면서 나루터 하나쯤 복원하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옛 본포나루터를 살리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다는데 지금까지 몇 명이나 받았나?

"마창환경운동연합 및 이 지역 주민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약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동강 하천공사는 하되, 이곳 본포나루터만은 꼭 복원시켰으면 좋겠다는데 입을 모았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할 말이 있다면?

"이 나루터 집은 지금은 비록 하천부지에 있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도 않지만 한때 밥도 팔고, 술도 팔고,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면서, 오 갈 데 없는 나그네들 잠까지 재워주곤 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경남 부산의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언론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이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문회공간이자 문화환경사랑방이 될수 있도록 관리청에서 나루터 복원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 CNBNEWS 이종찬 기자      www.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