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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풍경 / 문덕수

임창연 2008. 10. 21. 08:54

해수욕장 풍경 / 문덕수

 

 

광안리 해수욕장은 내 누의의 이마다

어느 날 보니 초승달만 해졌다

해수욕 나온 여인들의 발자국 소리와 파도는 밤마다 줄넘기한다

광안대교 사타구니 밑으로

바다는 날을 세워 모래밭을 야금야금 먹어 올라오고

도시는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앓고 있다

곰솔 야자수 댕강나무 동백숲, 그 너머에

금줄처럼 2차선 해안도로를 그어놓고 호텔

헤르메스 키피긴자 중화요리 해신을 높이 세워놓아도

부산은 모래밭에 밀리지 않으려고 끙끙거리고 있다

새벽 시민들이 비둘기와 함께 산책하지만 밤마다

현해탄은 호텔 턱밑까지 밀려와서 웅성거린다

 

 

문학사상 2008년 9월호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