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 수상록 '문장' 펴내 | |||
고교 2학년 때(18세, 1963년) 등단한 그는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한 직업인이었고, 그 응분의 보상으로 밝고 빛나는 길을 걸어왔다. 적어도 바깥에서 바라본 그의 모습이, 그의 문학에 대한 대접이 그러했다. 이 책은, 성공한 작가의 표상처럼 그의 손가락 사이에 느긋하게 매달린 시가와 초로의 눈가에 푸근하게 앉은 주름에 가려져있던, 그늘의 기록이다. 쉴 새 없이 길어올린 이야기의 화수분에 새겨진 생채기의 흔적이고,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걸어가며 그림자처럼 힘겹게 끌고 다닌 깊은 사유의 여백이다. “살아 있음은 초가을 황혼 무렵 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같은 것. 조용히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다. 풀과 풀이 엮는 풍금소리를….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바람이 불면 잠시 누웠다 일어서는 풀처럼.”(‘살아 있음의 의미’ 부분) 그는, 사랑한 책의 한 구절, 노승의 가르침, 일상의 다단한 경험 등을 짧게는 두어 줄의 아포리즘으로, 길게는 버젓한 묵상의 수필로 결실했다. 자신을 알고 세상을 보며 남과 더불어 미래를 여는 이 지혜의 문장들을 쓰면서 그는 스스로 느끼기에 닿아야 할 곳이 아직 멀어 “내내 부끄러”웠고, 그래도 저만치 보여 “행복했”을 것이다. 그 부끄러움과 행복감 속에 부대끼고 긴장하며 그는 지금도 원고지를 마주하고 꼿꼿이 앉아 있을 것이다. 그는 지방 신문에 싣던 소설 ‘제4의 제국’ 연재를 이 달 말 마무리지은 뒤 책 출간을 준비하고, 그 틈에 재미 경제인 단체의 소설 ‘상도’ 초청 강연을 위해 미국에 갈 예정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같이 나누고 싶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월의 몸 / 정일근 (0) | 2006.09.10 |
---|---|
"푸코 ‘생명권력’ 알면 ‘황우석’이 보인다" (0) | 2006.09.05 |
침묵의 세계 (0) | 2006.08.23 |
[신문 자료] 위암투명 화이웨이 병실 팡 장사진 (0) | 2006.08.21 |
아름답지만 알 수 없는 낭만 (0) | 200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