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누고 싶은 글

소금창고 / 이문재

임창연 2006. 4. 3. 00:07


    소금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제국호텔]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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