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새책 소개

김인애 시인의 디카시집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

임창연 2018. 6. 28. 02:09

 

 

 

 

[신간 김인애 디카시집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 / 김인애 / 창연출판사 / 128 정가 10,000

 

1. 도서 규격 :30mm ×210mm × 8.5mm

2. ISBN 979-11-86871-44-7 03810

3. 출간일 : 2018628

4. 담당자 임창연 010-3241-1929

 

[작가 소개]

 

김인애 시인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2014년 월간한맥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함.

경남 일원을 중심으로 한 고성 디카시연구소에서

디카시의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남시인협회, 경남기독문인회, 마산문인협회 회원이며,

디카시 마니아 카페 섬김이로,

마산시 진동면 죽전교회 사모로 섬기고 있음.

 

시집 [흔들리는 것들의 무게]

디카시집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 2018년 경남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 시집

2018년 제7회 경남기독 문학상 수상

 

* E-mail : kjk271-6373@hanmail.net

 

[시집 서평]

 

김인애의 디카시들은 시적 영상과 언어 모두에 절박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 대상이 때로는 엄정한 신성의 영역에 진입해 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따뜻한 인간애의 바탕에 닿아 있기도 하다. 그의 카메라 셔터와 시적 언술은, 함께 연합하여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대상에게서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의미망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작은 낙엽 하나, 그늘진 곳의 풀 한 포기, 낮게 하늘거리는 꽃잎, 시늉만 남은 그루터기가 우주자연 그리고 세상살이의 근본임을 일러준다. 치열한 생명의 현장을 오히려 고요하고 깊은 눈으로 포착한 단단한 디카시의 모범이 여기에 있다.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교수)

 

김인애 시인은 디카시연구소 운영위원으로서 카페 디카시마니아 운영을 책임지며 디카시 운동의 중심인물이다. 디카시는 문자시와는 달리 극순간의 시학을 지향하며 순간 포착하고 실시간 소통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기에 일반 문자시의 창작 방법과는 다르다. 이런 디카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디카시집이라는 이름만 달고 나오는 경우 시에 사진을 곁들인 포토 포엠과 제대로 변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디카시의 창작 방법에 누구보다 정통한 김인애 시인의 디카시집은 그만큼 미덥고 경이롭다. 김 시인의 디카시집은 그야말로 디카시의 존재 이유를 석연하게 보여준다.

 

-이상옥(시인, 중국 정주경공업대 교수)

 

 

[작가의 말]

 

홀로 길을 걷다가

비와 바람의 얼굴을 만나는 때에는

마음이 참 순해지고 가난해졌습니다.

 

혼잣말을 하는 이들의 말이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나를 닮은 그들의 민낯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슬픔이, 고통이, 상처가, 환희가 환했습니다.

 

사랑함으로 자신의 의견이 없어진 사람의 가슴이 되어

그 떨림을 감응하며 셔터를 누르고

그 말들을 마음에 받아 적었습니다.

 

우리가 되어 함께한

끝끝내 마음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는

지금, 여기의 시간입니다.

 

2018년  6월 김인애 시인

 

[목차]

1- 슬픔이 번지는 시간

스완 송

그늘의 이유

말의 힘

그루터기

푸른 죄

하늘이 집들이 나무들이 갇혔다

풀꽃 한 송이 자라지 못하는

슬픔이 번지는 시간

부원

그림자

슬픔이 범람할 때

1

2

마지막 잎새

 

2- 존재의 빛

꽃의 시간

존재의 빛

사모곡

동면

페르소나

잘 봐

1

늦은 가을 오후

부케

경계선

봄비

은총

우리

왕눈이 소년

눈 뜸

 

3- 한 송이 말

누구십니까?

한 송이 말

입동

메시지

들리시나요?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

별리

바람의 변주곡

벽화연서

필연

고명

사랑

배웅

2

오동 상장

 

4- 그의 심장 MRI

기약

우리 2

기다림

()

달팽이

공습경보 발령

그의 심장 MRI

먹감나무

기도

하얀 연서

더불어 한 생

소명

어린이집

서리

시집 해설-천융희 시인

시인의 말-김인애 시인

 

[시집 해설]

 

삶을 관조하는 꽃들의 시간

-거친 들에서 만난 당신, 그리고 당신

 

                                                                        천융희(시인)

 

 

1.

꽃은 필 때가 아름다울까 아니면 질 때가 아름다울까. 꽃 지는 저녁에 기대어 질문하나 던져본다. 허공에 파문이 인다. 찰나 우리는 왜 눈물이 나는 걸까. 하나의 생이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흐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기억의 저지대에 놓인 뿌리의 방 안, 가득 고인 건 애초 눈물이 아닐까. 존재마다 중심에 눈물의 평형수가 있어 삶이 흔들릴 때마다 출렁이는 건 아닐까. 캄캄한 물관을 따라 꽃을 피워, 처연히 내려놓기까지가 꽃들의 시간이라면 우리는 안다. 당신에게 가 닿기까지 도처 눈물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이다.

첫 시집 흔들리는 것들의 무게를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디카시집을 출간한 김인애 시인. 59편의 발표작 속에는 생의 난간에서 부르는 노래가 절절하다. 슬픔과 고통 그리고 상처가 환희로 옮겨가는 도정의 삶 전체가 시의 본적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여 지금, 여기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 없어진 사람의 가슴이 되어 셔터를 누르고 그 말들을 받아 적으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온전히 붙잡아 보(시인의 말)’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로 지칭되는 관계망 속에는 를 비롯하여 사물과 풍경이 내재 되어 있다. 아울러 나로 하여금 거친 들판으로 높은 벼랑으로 이끌어, 끝내는 순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돌려보내는 (절대자)의 손길도 포함한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현재 마산 진동에 있는 죽전교회 사모로 섬김의 삶을 다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은 옅은 미소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삶의 자세 또한 맑고 투명하다. 성직자의 아내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란, 성직자 못지않게 매우 협착한 길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늘 속에 드리워진 발자국마저도 흐트러짐 없이 올곧다. 오늘도 변함없이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사방을 살피는 중일 것이다. 와중, 그 어떤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귀 기울여 저들(자연과 사물)의 말을 삶 속으로 이끌어 성찰하고 있으니 시인이야말로 깊은 자성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시인의 책무를 제대로 앎이다.

 

2.

생의 복판에서 부르는 노래가 저 멀리 아득히 전해져 온다. 이렇듯 시인은 문득문득 한 편의 시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중심과 주변부를 구별하지 않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사물)들이 시적으로 포착되고 그것에 감응한 시인의 상상력이 그 이미지에 짧은 문자를 더하여 만들어내는 것. 바로 디카시. 디지털카메라와 의 합성어로 매체(SNS)를 통해 실시간 소통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학의 한 장르인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영역을 넘어,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하는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시놀이라 할 수 있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걸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의 세네카 편, 말을 빌리자면 우리 삶이야말로 칸칸이 단편으로 이어져 있는 듯하다. 수많은 희로애락(喜怒哀樂) 가운데 슬픔이 번져 고통에 이르고 고통은 상처로 번져 절망에 이르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대체로 격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디카시에서 때론 비애로 휩싸일 수도 있지만 수용한다. 균형감을 잃지 않고 조용히 관조하는 여유를 보이는 것이다. 먼저 스완 송을 살펴보자.

      

 

  

 

 

생의 난간에 서서

잃어버린 것들과

최후에 잊어질 이름들을 생각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폴 발레리의 시

 

-스완 송(Swan Song) 전문

 

이는 사진을 찍는 동시에 디카시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디카시는 사진 이전에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신의 상상력으로 시적 형상이 구축되어진, 아직 문자 언어의 옷을 입지 않은 날시(raw poem)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그 형상을 문자로 재현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이상옥, 앙코르 디카)

제목만으로 볼 때 스완 송(Swan Song)은 로버트 매캐먼의 소설을 떠 올리게 한다. 핵전쟁을 비롯해 각종 재앙과 질병으로 문명이 멈춘 상태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 속에서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스완 송(Swan Song)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슈베르트가 최종 작곡한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이다.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운다는 속설로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인의 스완 송은 어떠한가. 가벼워서 충분히 건널 수 있는 몸이지만 잠시 멈춰 발길을 붙잡는 낙엽 하나가 시인에게 포착된다. 스틸 그레이팅 위에 놓인, 뒤끝이 말린 낙엽의 최후가 심히 애틋하다.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절망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니, 살아야겠다는 결의에 차올라 환희에 이른다. 절망의 순간에 더욱 빛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희망이 아닐까. 폴 발레리의 시 한 구절을 즉시 끌어와 세대를 초월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길어 올린 절실한 언어는 시인만의 특유한 서정으로 곡진하기에 이른다.

되돌릴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 속 기억들을 회상하는 화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최후에 잊어질 이름 또한 각별하게 와 닿는다. 바로 그토록 가 닿고 싶어 하는 당신이다. ‘당신 덕분에 나는/ 단단하게 여물 수 있었어요’(그늘의 이유). 고백에서 잘 나타나고 있듯이 거친 들에서 만난 당신(절대자)일 수도, 이 땅에 사는 동안 함께 고통을 감내하고 극복해나가는 당신()이기도 하다.

 

3.

디카시는 이미지를 수용하는 방식에 따라 외연범주가 무한 확대될 수 있는 여백의 시말운동이다. 짧은 언술로 잔여가 남는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하게 만든다. 현재는 5행 이내의 문자로 규정되어 있지만 짧을수록 의미의 명징성이 돋보인다. 단 열두 글자의 그루터기는 날 선 감정의 칼끝에서 새겨지는 강한 긍정의 힘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날 이후

이게

생이려니 했다.

 

-그루터기전문

 

그 날 이후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보자. 대체로 숱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짐작건대 생의 강한 무게 중 하나이지 않을까. ‘햇살이 사선으로 비껴드는 신장 투석실/ 투석기를 의지한/ 물기 없는 계절이 누렇게 누워 있다첫 시집에 발표한 낙엽 한 장의 시간부분이다. 유추해보면 남편의 건강에 생긴 아픔일 수도 있겠다(필자의 몫). 일주일에 세 번의 투석을 위해 함께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을 참고로 하면 그렇다.

이처럼 삶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요약하는 압축성에서 디카시의 미학을 발견하게 되며, 공감하는 이유 또한 타인의 삶이 독자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여생에 대하여 결의 가득 찬 고백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시편들이 앞서 말한바, 편편이 눈물이 고인 단편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마침표 어디 찍을지 몰라’(1), ‘남은 목숨 빼어들어’(2), ‘가쁜 숨 몰아쉬는 생 하나’(마지막 잎새). 모두가 슬픔이 번지는 시간 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어 존재만으로도 환하다는 시인의 서슴없는 고백이 있으니 참 다행이지 않은가. 입술을 깨문 채 가둔 눈물이 있다면 그 눈물은 영혼을 헹궈내는 정화제였으며, 문제가 해결되는 묘약일 지도 모른다. 나아가 참회와 연결될 때 그 눈물의 의미를 알아주는 당신이 있기에 주어진 하루를 거뜬히 살아낼 수 있음이다. ‘하늘 향해/ 가녀린 두 손/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은총이라니 참으로 숭고하다.

 

4.

20157월경, ‘디카시마니아라는 카페를 통해 디카시를 처음 알게 된 시인은 현재 카페 운영자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방문을 통해 게재된 글마다 댓글로 소통하며 카페의 활성화에 전력을 쏟고 있음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디카시집을 통해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디카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사려 된다. 그러니 시인이 지칭하는 또 하나의 당신, (디카시)에 대한 눈뜸의 해석이라 해도 과히 작위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깜깜했던 내 안의 세계로부터

언 손 잡아 이끌어내 준

당신으로 인해

 

-눈뜸전문

 

존재마다 마땅히 부여받은 삶이 있으니 안간힘을 다해 살아 내야만 한다. 삶은 어쩌면 모두 예측불허 속에서 이루어지는 터라 생명에의 외경과 존엄성이 느껴진다. 과업을 묵묵히 수행할 수 있는 것 또한 당신의 손길이었다니, 삶의 배후에 깔린 서정과 디카시만의 고유한 형식의 결합이 어떻게 미학적 성취를 구현해 내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천천히 보폭을 줄이는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저 너머 그리움의 곡조를 들을 수 있다.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을 조용히 불러내고 있으니 여기도 분명 당신이라는 대상(존재)이 있겠다. 깊이 숨겨둔 이름을 차마 부르지 못한 채 서성이는, 시인이 디카시를 어떻게 찾아내어 교감하는지 보자.

 

  

 

 

계절을 홀로 앓다 선홍빛으로 토해놓은

, , , ,

멈칫 서버린 입동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입동전문

 

상강과 소설 사이에서 주춤해 버린 11월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이리도 차디찬 붉음이다.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언어를 꾹꾹 삼켜(한 송이 말) 본 사람은 안다.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함께 쌓은 추억이 많을수록 쉬 돌아 나오지 못하는 아름다운 수렁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니, 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당신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계절이 바뀔 즈음, 무턱대고 들이차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어떤 특정한 대상 없이 맞닥뜨리기도 하는 법이다.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생기는 감정인지 아니면, 갈 수 없어 아련해지는 감정인지는 여전히 디카시를 읽는 독자의 몫이다.

 

  

 

 

내 향기,

등 돌리고 선

유리벽 저 너머

 

-당신에게 얼마나 가 닿았을까전문

 

꽃들의 시간이다. 결국은 꽃으로 기억되는 것 보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 게 사람의 본심 아닐까. 등 돌리고 선들 간절하면 언젠가는 가 닿게 되어, 향기는 곧 기도로 치환되고 있다. 건강이 여의치 않은 그 사람일까? 당신은 저 너머에 있고 나는 여기 향기로 매달려 있다. 화려하나 순박하여 오래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페튜니아의 기도로 서 있다. 시인에게 있어서 의 부재는 단 한 번도 없었을 터이니, 그렇다면 믿고 부르짖는 자의 기도는 송이송이 맺혀 당신에게 분명 가 닿으리라 확신해 본다.

 

  

 

 

까닭 없이 울렁거리기도

바람이 휑하니 들이차고

이유모를 슬픔에 젖기도 한다는

그는, 가을앓이 증후군을 앓는 중

 

-그의 심장 MRI

 

한 무더기 꽃숭어리 지는 풍광이다. 곧이어 좀 더 캄캄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인을 통해 가벼운 가을앓이 증후군으로 판독되다니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봄여름가을겨울! 도래하는 계절의 초입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세가 아니던가. 아직은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증거로 곧 회복의 단계라 위무하며 격려에 이르게 된다. 시인의 성숙한 발화로 인하여 어두웠던 내면에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디카시다. 붉게 물드는 서녘 하늘이 저리도 장엄한 것을 잊을 뻔한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모험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시인의 두 손이 두 무릎이 저기 저곳, 십자가 그늘 아래 있으니.

 

  

 

 

온 몸으로 우는 눈물이 있다

순백의 뜨거운 기도가 있다

오직 한 영혼을 향한

-소명전문

 

어느 흐린 날, 비바람에 떨고 있는 순백의 목련을 본다. 꽃잎의 낱장마다 맺힌 뜨거운 기도가 바닥에 흥건하다. 마지막까지 남겨져 오직 한 영혼을 위해 온몸으로 엎드려야 한다면 단지, 맡은 임무를 뜻하는 사명과는 달리 특별히 부름 받은 자의 소명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상처 입은 자들의 신음에 귀 기울였던 것이다. 신의 성품을 닮고자 하염없이 몸부림 친 흔적과, 응답해 주실 것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 이 한권의 디카시집에 오롯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김인애 시인의 디카시는 짧은 문자 속에 할 말을 충분히 하고 있다. 보편성을 확보하며 정확히 할 말만 하고 있어 디카시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꽃 진 자리마다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해질녘의 무지개는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꽃들의 시간 속!

당신에게 가 닿는 동안 흘린 눈물이,

이 하루의 견딤이 최후에 가 닿게 될, 그 나라의 역사가 되기를 바란다.

 

디카시란

경남 고성이 발원지인 디카시2004년 이상옥 시인이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街道)’를 출간하며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의 유수한 시인들과 독자들의 참여로 누구나 창작과 동시에 향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정식 문학용어로 등재되는가하면 인문학용어대사전에 문학비평 용어로도 수록되었다. 중국·일본·미국 등 세계화로 발돋움 하는 가운데 중·고등 국어 교과서 수록까지 이어져, 시의 한 장르로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카시의 한류문화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화는 계속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