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북천역 코스모스 풍경

임창연 2010. 10. 1. 06:30

 

하동군 북천면에 자리잡은 북천역

매년 코스모스와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2007년부터 시작하여 4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태풍과 날씨 관계로 작황이 좋지 않아서

예년에 비해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잠시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볼 수가 있다.

 

 

북천역에서 부터 행사장이 있는 직전마을까지는

3km 정도 계속 코스모스가 하천을 따라 피어 있어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다. 

행사는 9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다.

기차는 무궁화호가 하루 6번을 부산에서 순천까지 왕복한다.

주말에는 1회가 증설되고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북천역은 코스모스역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밀꽃은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이쁜 꽃이다. 

메밀꽃하면 이효석 소설이 생각난다.

'메밀꽃 필 무렵'과 달빛 아래 하얗게 핀 소금꽃이 떠 오른다.

봉평은 이 덕분에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코스모스와 메밀을 6만 3천평에 이르는

직전마을 들판 여기저기 심어 놓아서

행사장까지 걸으며 충분한 눈요기를 할 수가 있다.

 

코스모스와 역이 어울리는 건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떠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인사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기차는 남자처럼 코스모스는 여자처럼 보인다.

기차역은 반가움과 이별이 공존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기차가 이 사이를 지나면서 허리가 아주 간지러울 것 같다 

 

 

 문명과 자연의 대치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맨드라미는 장닭의 벼슬을 떠 올린다.

유치환 시인의 생가에도

마당에 맨드라미가 가득 했었다. 

고추잠자리의 붉은 옷이 가을과 이름이 썩 어울린다. 

약간은 쌩뚱맞은 포인세티아가

갑자기 크리스마스를 떠올렸다.

꽃잎보다 더 꽃 같은 붉은 잎. 

 

 

꽃을 사랑하시는 스님의 마음을 슬쩍 엿보았다. 

여인의 마음이야 숨길 수 있겠는가

메조밭에 선 색시 허수아비가 흥겹게 춤을 춘다.

가을 하늘 아래서 더 돋보이는 코스모스 

메밀꽃과 코스모스 밭 

 

 

 

이 철길을  따라서 계속 걸으면

누군가가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북천역에선 나훈아의 '고향역'이 계속 흘러 나왔다. 

각 역에는 고유의 기념스탬프가 있다.

북천역은 스탬프 도장이 두 가지이다.

두 종류의 엽서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역을 방문 할 때마다 스탬프를 모아두면

나중에 추억을 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내랑 기차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가을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영화도 함께 보고 저녁을 먹었다.

 

 

한 달여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나를 달라지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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