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밤이 내린 길모퉁이 한 켠
고양이 한 마리
그대 가슴속의 휴지통을 뒤져 먹다가
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발라먹는다
그대가 휴지통으로 버린 기억들이
고양이의 따스한 혀 끝을 스치는 동안
잠시 되살아나 꿈틀거린다
버린 기억도
고양이에겐 살아남는 먹이가 된다
종량제 봉투를 찢어내고
먹이를 뒤지는 고양이가
내 마음을 오랫동안 잡는다
고양이와 눈이 잠시 마주친다
그 눈빛 속으로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