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새책 소개

[스크랩] 출판사 리뷰 - A / 하성란 / (자음과 모음)

임창연 2010. 7. 27. 19:50

 

[스크랩] 출판사 리뷰 - A / 하성란 / (자음과 모음)

 

 

“그때 우리가 꿈꾸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하성란이

10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1987년 32명이 집단 자살한 전대미문의 사건

‘오대양 사건’을 모티프로 쓴 소설

 

한 공예 공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참사,

억측과 오해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서서히 드러나는 가슴 서늘한 진실!

우리 모두가 벼랑 끝에 서 있음을, 그리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를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수작!!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쓴, 하성란 작가의 10년 만의 장편소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다가 1991년 오대양 종교집단의 신도 몇 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이 얼마간 밝혀지는 듯 보였으나 결국 여러 가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집중된 관심과 기대 속에서 계간 『자음과모음』에 2008년 가을호부터 2010년 봄호까지 연재된 『A』는 이 전대미문의 참사인 ‘오대양 사건’을 모티프 삼아 쓰인 소설이다. 실제로 『A』는 한 공예 공장 기숙사에서 24명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자의에 의한 타살로) 사망한 사건을 중심에 놓고 있다. 또한 ‘오대양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처럼 소설 속에서도 이 사건은 전모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과 추측만을 남기고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짜 이유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등장인물과 그들의 사연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서 탄생된 허구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들이 모두 진짜처럼 느껴지는 건, 하성란 작가 특유의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도 많은 데다 서술자를 바꾸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얽히고설킨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터라 자칫 복잡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단 한 치의 오류나 불필요한 설명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탄탄한 플롯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고, 그 덕에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속도감과 긴장감을 철저히 유지한다.

 

멈출 수 없는 미로 같은 이야기, 가슴 서늘한 진실과 한 줄기 희망을 보여주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그들. 그들에게는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들과 더불어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 그들만의 비밀이 있었다. 작가 하성란은 그 비밀을 순차적으로 풀어놓거나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밝히는 식의 보편적인 방식이 아닌, 어둠에 묻힌 그림을 손전등으로 부분부분 비춰가며 결국에는 어느 순간 그림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구성을 택했다. 그만큼 그들의 비밀은 단순한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기보다는, 이야기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진실을 담고 있다.

그 진실을 향해 깊숙이 들어갈수록 독자는 그들의 죽음과 그들의 비밀이 단지 그들만의 사연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를 향해 끝없이 확장만 해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야기이며,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 중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탐욕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독자는 어느 순간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는가.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그리고 소설 밖 우리들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작가가 결국 보여주고자 한 것은 벼랑이 아니라 절망의 시대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된다.

 

줄거리

한 깡촌 마을에 시멘트 공장을 세워 단시간에 급성장시킨 ‘신신양회’의 공예 공장 다락방에서 24명(남자 3명, 여자 21명)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사망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들은 공장의 기숙사에서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었다. 경찰에서는 3명의 남자 중 한 명이 나머지를 교살하고 자신도 목을 매달아 죽은 것으로 발표한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의 몸에서도 저항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자의에 의한 타살로 죽었음을 뜻한다. 언론에서는 오랫동안 함께 살며 아이들도 낳아 함께 키우면서도 ‘아버지’라고 불리는 남자들이 없다는 것,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공예 공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전부가 ‘어머니’라고 불리는 사장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등을 근거로 ‘어머니’라는 여자는 남편을 잃은 오갈 데 없는 여인들을 끌어 모아 그녀들의 재산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신흥 종교의 교주이며, 그 사건은 광신도들의 집단 히스테리라고 추측 보도한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증거 부족으로 아무것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는 종결된다.

 

그날 사건으로 죽은 여자들 중 한 명인 서정화의 딸인 ‘나’는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현장에 있었으나 후천적 맹인인 탓에 눈으로 목격하지는 못했다. 대신 회사 사장인 ‘어머니’와 친엄마인 서정화를 비롯, 이모들이 무엇인가에 쫓겨 다락방으로 피신하고 마지막을 맞이하듯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과 시신을 더듬다 우연히 닿게 된 누군가(그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의 차가운 손길을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진정 무엇이 그들을 죽게 했는지, 그들이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까지 감추려 했던 비밀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나고, 함께 자란 이모들의 아이들과도 뿔뿔이 흩어진다.

 

흉흉한 소문들과 함께 신신양회는 과거가 되어 사라지고 세월이 흐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날 죽은 여자들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신신양회로 돌아온다. 그들 중 한 명이 신문에 광고를 내고 그 광고를 본 나머지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모이게 된 것. 예전의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그들은 두 가지 일을 실행에 옮긴다. 하나는 신신양회를 재건하는 것. 물주는 그들 중 한 명인 기태영이다. 그는 신신양회를 떠난 뒤 아버지를 찾아다녔고 결국 찾아낸 아버지는 대기업의 총수였다. 아버지는 그를 만나주지는 않지만 사업 자금은 대주기로 한 것. 예전의 신신양회처럼 사업은 나날이 번창한다. 나머지 하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을 낳아 함께 키우며 살겠다는 것. 그들은 ‘나’의 제안으로, 영향력 있고 건강한 남자들을 골라 발신인란에 주홍글자 ‘A'가 인쇄된 편지를 보낸다. 편지에는 공동체를 향한 그들의 꿈과 그 꿈을 함께할 의사를 묻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편지를 받는 남자들은 대부분 내용을 읽지 않고 버린다. 그러나 신신양회의 그들은 다른 통로를 통해 남자에게 접근하여 결국 임신에 성공하고 아이를 낳은 뒤 함께 키운다. 남자는 어딘가에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모든 게 순조로운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삐걱거린다. 신신양회를 재가동한 지 십 년도 넘지 않아 승승장구하게 된 기태영은 오로지 사업 확장에만 눈이 팔려 무리하게 일을 벌인다. ‘나’가 말려도 듣지 않는다. 한편, 오래전 신신양회 사건을 조사하던 최영주 기자는 당시에 죽은 여자들의 과거를 알게 되고, 사회의 유력 인사들이 그 사건과 얽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여 좀더 자세히 파헤치기 위해 당시 신신양회와 거래했던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언급하는 편지를 보낸다. 뭔가 아는 게 있는 자들이 연락을 해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 편지에는 발신인란에 ‘A'가 인쇄되어 있다.(최영주도 오래전 신신양회의 여자들이 보낸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마침내 편지를 받은 자들 중 연락해온 자가 있었다. 그는 한때 정부의 유력인사였던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렇게 비로소, 집단 자살 사건으로 죽은 신신양회의 ‘어머니’와 여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머니’는 그 유력 인사들과 무슨 관계였는지, 여자들과 그 유력 인사들과는 무슨 관계였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과연 그녀들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나’에게, 엄마와 이모들을 잃게 되는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작가 하성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한 문체의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탁월한 묘사와 미학적 구성이 묵직한 메시지와 얼버무려진 작품을 쓰며, 평소 일상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일상과 사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스타일로 '정밀 묘사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으면서 단편 미학을 다듬어온 공로로 동인문학상(1999), 한국일보문학상(2000), 이수문학상(2004), 오영수문학상(2008)을 잇달아 받았다. 2009년부터는 방송대학TV에서 <책을 삼킨 TV>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공저) 등이 있다.

출처 - [스크랩] 출판사 리뷰 - A / 하성란 / (자음과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