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비 온 후, 아침 퇴근 길

임창연 2010. 5. 19. 12:32

 

어제 아침 출근 길 버스 정류장입니다.

긴장을 하고 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메모를 쓰기도 하다가 통근 버스를 놓치고 지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폰이라 카메라 만큼 빗방울이 선명하게 찍히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살아있는 생생한 빗방울을 카메라에 담아봐야겠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비가 내렸는데도 아침부터 아카시아 향기가 호흡에 밀려 들어와

하루종일 머리 끝까지 향기를 가득 담아 놓았습니다.

그 달콤함이 꿀보다도 달고, 상쾌함이 순전한 산소를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날개가 돋아 벌처럼 날아서 꿀을 빨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넓은 근무지를 가득 채우고 있엇습니다.

 

비바람에 떨어 졌는데도 향기를 여전히 날리고 있습니다.  

아카시아는 죽어서도 아카시아입니다.

아카시아의 표준이름은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카시아라고 부르는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자장면 보다는 짜장면이 더 맛있게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처음 봄을 맞이 했는데 때죽나무가 있었습니다.

비를 맞아 좀 초라해 보이는데

정말로 하얀꽃이 눈부시도록 고운꽃입니다.

드레스를 입은 작은 신부같은 꽃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파트 담장에 비를 아직 말리지 못한 찔레가

옷이 흠뻑 젖어서 몸을 잔뜩 웅크린채 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ㅋ 사진을 찍을 때 쬐금 기분이 나빴을 것입니다. ㅎㅎ

 

간 밤에 비에 맞은 나뭇잎들도 보도블럭 위에 떨어져 있습니다.

 

은행나무 꽃입니다.

은행나무가 암나무인지 숫나무인지는

이 꽃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화분에 심긴 팬지가  비에 제일 상처를 많이 입었네요.

해가 떠서 말려주고, 토탁거려 주면 곧 씩씩하게

일어나 방긋방긋 웃겠지요.

 

오히려 씩씩하게 자라난 애들도 있습니다.

간밤에 비를 마시고 쇠 덮개를 들어 버릴둣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이름은 잡초라도 기백은 용사입니다.

 

이팝나무 꽃잎들도 알량미처럼 쏟아져 있습니다.

더운지방에 쌀들은 좀 길죽합니다.

끈기가 없어 베트남에서는 쌀국수를 만들어 먹지요.

정말 쌀이 땅에 쏟아져 있습니다.

할머니가 보았으면 쓸어 담아서 돌을 하루종일 골라낼 겁니다.

 

이 차는 어젯밤 소나무 밑에 있었나 봅니다. 

차는 아무데나 세워 놓지 마십시요.

그 증거가 남습니다.

벚나무 아래에서 연애를 하면

분홍빛 꽃비를 맞습니다.

타이타닉이 생각납니다.

김서린 차창이 떠 오릅니다.

 

애고 아무래도 야근을 했더니 잠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이만 자러 갑니다.

꿈속에서 꽃비를 맞으며 꽃잠을 자겠습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