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누고 싶은 글

시의 두 꼭지글

임창연 2008. 1. 28. 10:01

작성자 [ 안도현 ] - 잠깐 읽어 볼 만한 글 두 꼭지

1.시에는 네 종류의 높은 경지가 있다.
첫째는 이치(理)가 높은 경지요,
둘째는 뜻(意)이 높은 경지요,
셋째는 상상력(想)이 높은 경지요,
넷째는 자연스러움(自然)이 높은 경지이다.
막혀 있는 듯하나 실제로는 통하는 것을 이치가 높은 경지라고 한다.
표현해낸 것이 표면적인 의미를 초월하게 되는 것을 뜻이 높은 경지라고 한다.
깊어 분명하지 않은 것을 마치 연못이 맑아 밑바닥이 다 보이듯이 훤하고 분명하게 써내는 것을 상상력이 높은 경지라고 한다.
특이하지도 기이하지도 않으면서 문채(文采)를 벗어 떨치고,
그것이 오묘하다는 것만을 느낄 뿐 그 오묘하게 되는 까닭을 알 수 없는 것을 자연스러움이 높은 경지라고 한다.

-강기, [백석도인시설]




2.무릇 시를 짓는 것의 실마리는 여기에 있다.
반드시 먼저 사물에 접촉하여 자신의 정지(情志)를 일으킨 다음에 그것을 문사로 표현하고,
모아서 구절을 만들고,
넓혀서 문장을 이루어야 한다.
촉발된 바가 있어서 흥취를 일으킬 때에는 그 내용이나 문사나 구절들이 허공을 가르고 생겨나니,
이는 모두가 무에서 유가 되는 것이고 현재에 있는 것을 따라서 그것을 마음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
그러므로 그것이 작품으로 표현되어서는 감정을 묘사한 것이 되기도 하고,
경물을 묘사한 것이 되기도 하고,
인사(人事)를 묘사한 것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들은 남들이 일찍이 표현해낸 적이 없는 것이고,
내 자신이 처음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사람과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모두 진실로 즐거이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다.
무릇 창조해내는 작가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흥취가 이르는 곳마다 무심코 그것을 표출해내는데,
그것이 곧 법도가 되고 법칙이 되는 것이다.


-엽섭, [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