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잘 쓰는 법

장르는 없다, 오직 글쓰기만 있을 뿐

임창연 2006. 7. 2. 16:02
'오직 글쓰기가 있을 뿐이다. 장르 구분을 넘어서야 한다.' 소설가가 동화를 쓰고,혹은 장르 구분이 없는 글을 쓰고,또 시인이 소설을 쓰고 있다. 이른바 경계없는 글쓰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김곰치(36)씨는 최근 르포 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을 들고서 부산작가회의의 6월 동보문화토론광장에 나왔다. "소설가인데 소설은 덜 쓰고 웬 르포 산문집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답했다. "글쓰기와 글읽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만인의 능력이다. 시나 소설 아동문학 따위의 장르 구분은 한편으로 문학 욕구를 누르는 장벽이다. 오직 좋은 글이 있을 뿐이며 소설이나 시는 그 '좋은 글'을 따라오는 한갓된 형식이다." 그의 생각은 한 질문자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소설가 조명숙(48)씨는 장편 동화 '누가 그랬지?'를 썼다. 얼마 전,제14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 당선작으로 뽑혔다. 그녀는 "현실을 직시하는 소설이 전망과 낙관을 무참하게 깨버리는 경우가 있다면 동화는 낙관 희망을 더욱 적극적으로 껴안을 수 있다는 다른 점이 있다"라고 했다. 장편 '누가 그랬지?'는 생태와 판타지를 결합한 동화인데 그녀는 "그걸 소설로 쓰면 '통속'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글의 소재,방향 등에 따라 장르라고 말하는 것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시인 조의홍(64)씨는 계간 '21세기 문학' 2006년 여름호(통권 33호)에 경주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단편 '곡옥(曲玉)'을 발표했다. 고분에서 출토되는 곡옥은,동물 수태의 초기 모양을 꼭 닮은 것으로 생명을 상징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소설이니 시니 하는 장르 구분이 먼저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글쓰기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1996년 '현대문학'에 단편 '허수(虛數)'를 발표한 적도 있다. 시인 박정선씨도 시(시조와 시),소설을 넘나드는데 '변명'이란 소설집을 2001년에 냈으며,그 한 해 앞서 해양소설 '표류'로 심훈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문학의 전반적 지형은 벌써 바뀌었다.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를 낸 최영철 시인을 비롯해 이청준 강은교 정호승 공지영 오정희 곽재구 안도현 김선우 등 시인 소설가들이 동화를 출간하기도 했다. 강은교(동아대 교수) 시인은 "'삐꼬의 모험' 등 동화책을 5~6권 냈다. 시와 동화는 만나는 지점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라고 했다. 수필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 문학적 사유를 가미한 여행기인 김훈의 '자전거여행'과,그림 에세이들인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이승훈 '이승훈의 회화읽기',그리고 문인들의 각종 여행기가 수필의 영역으로 물밀 듯 들어온 건 오래다.

물론 장르 허물기와 확장이 좋은 소리만 듣는 것은 아니다. 한 아동문학가는 "시인 소설가들이 쓰는 동화의 경우,무늬만 동화인 경우가 많다"라고 꼬집었다. 동화 쓰기를 한 단계 낮춰 보고 흉내만 냈다는 것이다. 근년 문학 시장에서 '동화'가 주류 시장으로 부상했는데 그런 흐름에 단순 편승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평론가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는 "90년대 중후반 이후 문학의 많은 것이 변화했다"라고 했다. "문학 장르는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분업을 지향했던 근대의 구속이다. 장르가 아니라 '감동'이 중요하다. 장르 구속이 필요없는 시대다." 그는 "외려 글쓰기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했다. 시장에서 소위 '장르문학'이 '정통문학'을 궤멸시켰고,글쓰기의 소재도 체험보다 체험을 넘어선 체험,2차적 상상(외국소설 역사 디지털…)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의 문인들은 '열려라 문학'을 과연 얼마나 하고 있느냐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장르의 글을 쓰면 배신자 이단자라고 흠잡는 어리석은 관습이 있다면 그것을 깰 때 좋은 글은 나올 수 있다는 지적. 소설가 김곰치씨의 말이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는 넓은 허공과 깊은 허무가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그 둘 사이의 훨씬 넓고 깊은 세상이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좋은 글,순수한 글을 향해서만 나아가야 한다." 최학림기자 theos@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6. 06.21.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