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시탁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김시탁

 

대낮부터

벚꽃나무 아래에 앉아

동동주를 마신다

 

꽃잎 하나가 술잔 속에 떨어진다.

그냥 마셨더니 온몸에 열이 오른다

팔뚝에도 목덜미에도 얼굴에도

나를 닮은 벚꽃이 피어난다

꽃잎 속에는 B형의 피가 흐른다

 

봄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 이렇게

열병을 앓는구나

시꺼멓게 제 몸을 태워놓고

가지를 흔들며 우는구나

 

흔들릴 때마다 그녀가 생각난다

꼬깃꼬깃 구겨진 편지가

주머니 속에서 싹을 틔운다

동동주에 취한 사연들이 비틀거리고

수첩 속에 접혀져 있던 그녀가 걸어 나와

내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벚꽃이다

 

어느새 구두 속에도

흥건히 물이 고인다

발가락이 근질거리더니

구두 밑창을 뚫고 쑤-욱

땅바닥에 뿌리를 박는다

 

신 것이 먹고 싶은 그녀가

헛구역질을 한다

 

(오늘 낮에 창원 사파동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라는 시집을 낸 김시탁 시인을 만났다. 짚이는 데가 있어서 그 분의 혈액형을 물었더니 B형이라고 하였다. 그 분은 난을 좋아하여 난 협회 활동을 하고 있고, 별도로 사업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원래 미술을 전공하였는데, 부도로 삶의 바닥을 경험하고 나서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하였다. 1시간 30분의 만남이었는데,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7. 1. 30.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 

 

출처 :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

글쓴이 : 착한 사람들 원글보기

메모 : 저도 김시탁 시인을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지인 덕에 같이 앉을 기회가 있었지요. 반갑습니다. 좋은 시를 스크랩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