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의 생각

마음의 지도 / 이문재

임창연 2008. 1. 9. 13:59

               마음의 지도*

                                               이문재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 빈센트 위드가 감독한 영화 제목

 

 

 시인은 언어의 사냥꾼이며 이미지의 사냥꾼이다 문장에서 그림에서 포착한 먹이를 정확하게 조준한다 그리고 시라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요리사이다 손님을 만족 시키는 것은 손님의 입맛이 아니라 요리사의 몫이다 이 시인은 영화 제목에서 시의 제목을 사냥했다 근사한 제목은 이미 시에서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닌가 삶이란 절반 이상이 길에서 이루어 진다 그러니까

사랑도 길이라는 추억 안에서 기억을 유추해 내는 것이다 길이란 기억 아니라 현장이다 사랑도 기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길에 있을때 바로 현실이며 체온을 느끼는 순간이 아니던가 잃어버린 사랑이란 과거형이다 그래서 모든 문장들이 과거형으로

 점철되어 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떠나간 마음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때는 서로의 몸 안에 있었더랬다 그러니까

 서로가 몸 껴안고 있었더랬다  이미 식어진 사랑에 석유가 아니라 휘발유를 그어댄들 뜨거워 지겠는가 그러니까 매캐한 연기에 눈물만 흘렸더랬구나